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 황지우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 13도
영하 20도 지상에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裸木(나목)으로 서서
두 손 올리고 벌 받는 자세로 서서
아 벌 받은 몸으로, 벌받는 목숨으로 기립하여,그러나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온 혼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 속으로 불타면서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영하에서
영상으로 영상 5도 영상 13도 지상으로
밀고 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
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아아, 마침내, 끝끝내
꽃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
꽃피는 나무이다
해마다 이맘 때.... 2월...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길목. 황지우님의 시를 생각하개 됩니다.
겨울의 끝 동안 나무는 자기의 온 몸으로 나무가 되기 위해 얼마나 애쓰는 것인지를..
봄이오니 갑자기 꽃이 핀 게 아니라...
그 한 송이 꽃을 잉태하기 위해 겨우내 몸부리쳤을 ... 나무의 마음이 오롯이 전해오는 시입니다.
핼복한 2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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